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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드 아스트라 리뷰 (감정억제, 부자관계, 고립감)

by Ann-story 2026. 3. 19.

 

우주영화라고 하면 보통 웅장한 스펙터클이나 외계 생명체와의 조우를 기대하는데, 「애드 아스트라」는 정반대입니다. 이 영화의 핵심은 광활한 우주가 아니라 한 사람의 내면이고, 아버지를 찾아 떠난 여정이 결국 자기 자신을 마주하는 과정으로 귀결됩니다. 저도 처음엔 SF 액션을 기대했다가 완전히 다른 결의 영화를 만났고, 그게 오히려 오래 남았습니다.

감정을 억누르는 방식이 능력처럼 여겨지는 세계

일반적으로 우주비행사는 냉철하고 이성적인 사람이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영화 속 주인공 로이는 매 임무 전 심리 진단을 받고, 맥박이 80을 넘지 않아야 합격 판정을 받습니다. 여기서 심리 진단이란 단순히 정신 상태를 확인하는 게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도 감정 기복 없이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지 검증하는 과정입니다.

저도 일을 하다 보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게 프로페셔널한 태도로 받아들여지는 순간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책임이 커질수록 불안하거나 흔들리는 모습을 보이기보다는 차분한 상태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해지죠. 로이 역시 그런 방식으로 살아왔고, 아버지인 클리포드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효율적으로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 남는 건 고립감뿐이라는 겁니다. 영화에서는 이를 우주라는 물리적 거리로 시각화하는데, 실제로는 심리적 거리를 의미합니다. 미국심리학회(APA)에 따르면 감정 억제는 단기적으로는 스트레스 대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우울증과 불안장애의 위험을 높인다고 합니다(출처: 미국심리학회).

영화 중반부에서 로이는 아버지에게 보낼 메시지를 녹음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우주 사령부가 준비한 대본대로 읽지만, 어느 순간 자신의 진짜 감정을 꺼내놓습니다. 그게 오히려 사령부 입장에서는 '통제 불가능한 상태'로 판단되어 임무에서 배제되죠. 솔직히 이 장면이 가장 인상 깊었던 이유는, 진짜 감정을 드러내는 게 오히려 실격 사유가 되는 구조 자체가 현실과 너무 닮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같은 방식으로 살지 않기로 한 선택

「애드 아스트라」는 부자 관계를 다루는 영화이지만, 일반적인 화해 서사와는 다릅니다. 로이는 아버지를 존경했고, 그가 남긴 길을 따라 우주비행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정작 아버지 클리포드는 외계 생명체 탐사라는 리마 프로젝트에 집착한 나머지 가족을 버렸고, 동료들까지 희생시켰습니다.

리마 프로젝트란 태양권 너머에서 외계 지적 생명체를 찾기 위한 장기 우주 탐사 계획을 의미합니다. 태양권이란 태양풍이 미치는 영향권으로, 그 너머는 성간 공간이라고 부릅니다. 클리포드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모든 것을 걸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고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목표에 집중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관계를 희생하면 결국 남는 건 공허함뿐이라는 걸 영화는 정확히 보여줍니다. 로이는 아버지를 만나러 해왕성까지 가지만, 결국 그를 구하지 못합니다. 아니, 정확히는 구하려고 했지만 아버지가 거부한 겁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클리포드는 로이에게 "우리는 우주에서 혼자"라고 말하며, 그래서 더 멀리 나가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로이는 정반대 결론을 내립니다. 우주에 아무것도 없다면, 오히려 지구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한 포기가 아니라 아버지와 완전히 다른 방식으로 살겠다는 선택이었다는 점이 의미 있었습니다.

NASA의 연구에 따르면 장기 우주 임무 중 우주비행사들이 겪는 가장 큰 심리적 어려움은 고립감과 가족과의 분리라고 합니다(출처: NASA). 영화는 이를 극단적으로 밀어붙여서, 물리적 거리가 곧 심리적 거리가 되는 순간을 보여줍니다.

정리하면 이 영화는 우주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관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로이는 아버지처럼 감정을 억누르고 혼자 있는 방식에 익숙했지만, 그게 결국 자신을 비어 있게 만든다는 걸 깨닫습니다. 그래서 지구로 돌아와 사람들과 다시 연결되기로 선택하죠.

솔직히 이 영화는 전개가 느리고 사건보다 내면에 집중하는 방식이라 호불호가 갈립니다. 하지만 인상에 남는 이유는 우주라는 배경을 이용해서 인간의 고립감과 관계 문제를 아주 직설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일과 목표에 집중하다 보면 관계가 뒤로 밀리는 순간들, 그게 당장은 맞는 선택처럼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비어 있는 부분이 생긴다는 것.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이걸 광활한 우주 공간으로 시각화했고, 그게 제게는 오래 남았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lxE1dAQPeq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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