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신마비 환자가 선택한 안락사 앞에서 사랑하는 사람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 며칠 동안 이 질문을 계속 마음속에 품고 있었습니다. 2016년 개봉한 「미 비포 유」는 단순한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삶과 죽음, 그리고 선택에 대한 무거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습니다. 오토바이 사고로 전신마비가 된 재력가 윌과 그의 간병인으로 들어간 루이자의 이야기는 처음에는 평범한 멜로처럼 시작하지만 점점 깊은 철학적 고민으로 관객을 이끌어갑니다.
안락사라는 선택 앞에 선 두 사람
윌은 사고 이전까지 완벽한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여행과 운동을 즐기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활기차게 살아가던 젊은 재력가였죠. 하지만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척수 손상으로 목 아래 전신이 마비되었습니다. 여기서 척수 손상이란 척추 내부의 신경 다발이 손상되어 뇌의 신호가 몸으로 전달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윌의 경우 체온 조절 기능까지 상실되어 작은 감기도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일을 하면서 삶의 선택이 항상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자주 느껴왔습니다. 특히 누군가의 자율성과 주변 사람들의 바람이 충돌할 때 더욱 그렇습니다. 자율성이란 개인이 스스로의 삶에 대해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합니다. 윌은 1년간의 재활 치료에도 불구하고 손가락 두 개만 겨우 움직일 수 있는 상태였고 결국 스위스의 안락사 기관에 신청서를 제출했습니다.
루이자는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이 일을 시작했습니다. 아버지는 실직했고 어머니는 외할아버지를 돌봐야 했으며 싱글맘인 동생은 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했죠. 처음에는 단순히 높은 급여 때문에 버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윌이라는 사람 자체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니 그녀가 6개월 동안 윌에게 버킷리스트를 만들어주고 함께 여행을 다니며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하려던 노력이 얼마나 절실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안락사는 의사조력자살의 한 형태로 환자의 명시적 요청에 따라 고통을 끝내는 의료 행위를 의미합니다(출처: WHO). 영화 속 윌이 선택한 것도 바로 이 의사조력자살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이 영화를 보면서 느낀 건 윌의 선택이 단순히 절망 때문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그는 루이자를 만나고 사랑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그녀에게 "평범한 남자가 줄 수 있는 자그마한 행복"조차 줄 수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사랑이 상대의 선택을 존중하는 것일 때
루이자는 6개월 동안 윌에게 삶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려 애썼습니다. 콘서트에 가고 해변을 여행하며 그가 다시 살고 싶다는 마음을 갖기를 바랐죠. 하지만 윌의 결심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루이자는 결국 스위스로 가서 그의 마지막 순간을 함께했습니다. 이 장면은 많은 관객에게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일반적으로 사랑이란 상대를 끝까지 붙잡고 포기하지 않는 것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진짜 사랑은 때로 상대의 선택을 받아들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루이자가 윌의 부탁을 처음 들었을 때 거절했던 이유는 너무나 당연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는 순간을 지켜본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고통이니까요. 하지만 그녀는 결국 그의 곁으로 갔습니다.
완화의료와 호스피스 분야 연구에 따르면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는 것이 환자와 가족 모두에게 심리적 평안을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출처: 국립암센터). 여기서 완화의료란 치료가 어려운 환자에게 통증 완화와 심리적 지지를 제공하는 의료 서비스를 의미합니다. 윌의 경우도 신체적 고통뿐 아니라 심리적 고통이 컸고 그가 원한 것은 존엄한 마무리였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의 결말은 제게도 불편했습니다. 루이자가 더 노력했다면 윌의 마음을 돌릴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달은 건 이것이 윌의 삶이고 그의 선택이었다는 점입니다. 영화는 안락사를 찬성하거나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습니다. 다만 한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선택하는 과정과 그 선택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영화 후반부에서 윌은 루이자에게 자신이 모은 돈으로 학교에 가고 여행도 하며 자유롭게 살라고 유언을 남깁니다. 그가 진정으로 사랑했기 때문에 그녀가 자신 때문에 묶여 있는 삶을 살지 않기를 바란 것이죠. 제가 이 장면에서 느낀 건 사랑에도 여러 형태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음은 영화가 던지는 핵심 질문들입니다.
- 개인의 자기결정권은 어디까지 존중되어야 하는가
- 사랑한다는 것이 상대의 선택을 막는 것인가 받아들이는 것인가
- 삶의 질과 삶의 길이 중 무엇이 더 중요한가
「미 비포 유」는 사랑과 삶의 선택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억지로 답을 제시하지 않습니다. 관객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도록 여지를 남기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안락사에 대한 찬반을 넘어 한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만드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루이자는 파리의 카페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지만 윌과 함께했던 시간은 그녀 안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삶의 마지막을 맞이합니다. 그 순간을 어떻게 맞이할지 선택할 권리가 있는지 이 영화는 조용히 묻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