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솔직히 저는 「레버넌트」를 처음 봤을 때 단순한 복수극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나서 머릿속에 남은 건 복수 그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예상대로 되지 않는 실험 때문에 멘탈이 무너질 때가 있는데, 그때마다 이 영화 속 글래스가 보여준 '버티는 힘'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가, 그리고 무엇 때문에 버티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영화였습니다.
복수극이 아닌 생존 본능에 대한 이야기
「레버넌트」는 1823년 미국 루이지애나 미주리강 상류를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휴 글래스는 아들 호크와 함께 미군 소속 군사 조직의 가죽 채집을 돕던 중 인디언 리족의 공격을 받고 간신히 살아남습니다. 하지만 숲을 살피던 중 새끼를 지키려는 야생 곰에게 습격당해 온몸이 찢겨 나가는 치명상을 입게 됩니다.
여기서 영화의 핵심이 시작됩니다. 글래스는 회복 불가능해 보이는 상태에서도 죽지 않습니다. 동료들은 그를 데려가려 하지만 한계를 느끼고, 결국 존 피츠제럴드와 짐 브리저, 그리고 글래스의 아들 호크만 남게 됩니다. 하지만 피츠제럴드는 글래스가 죽기를 기다리다 지친 나머지 그의 아들을 살해하고 글래스를 땅에 묻은 채 떠나버립니다.
제가 이 장면을 보면서 느낀 건, 인간의 생존 본능이란 게 단순히 살고 싶다는 욕구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글래스는 물 한 모금도 제대로 마실 수 없는 상태였지만, 아들의 죽음을 목격한 뒤 복수라는 명확한 이유를 갖게 됩니다. 저는 연구가 계속 실패할 때 버틸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포기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걸 끝내야 하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글래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영화는 자연광만으로 촬영되었고, 롱테이크 기법을 통해 끊기지 않는 호흡으로 관객을 몰입시킵니다(출처: 영화진흥위원회). 이런 연출 방식은 글래스가 겪는 고통을 관객이 그대로 체감하게 만듭니다. 여기서 롱테이크란 카메라를 중간에 끊지 않고 한 장면을 길게 촬영하는 기법으로, 인물의 감정과 상황을 실시간으로 전달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인간의 한계를 시험하는 극한 상황
글래스는 아들의 시체를 묻고 나서 본격적으로 피츠제럴드를 쫓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의 상태는 처참했습니다. 상처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먹을 것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늑대가 사냥한 사슴고기를 뺏어 먹으며 간신히 생명을 유지합니다. 이 과정에서 한 인디언을 만나게 되는데, 그는 글래스에게 날고기를 던져주고 잠시나마 그의 발이 되어줍니다.
솔직히 이 장면을 보면서 저는 글래스가 단순히 강한 사람이라기보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를 하다 보면 실험이 계속 실패할 때 기술적인 문제보다 멘탈적으로 버티는 게 더 어려운 순간들이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느끼는 건 결국 끝까지 가는 사람은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라기보다 버티는 사람이라는 점이었습니다.
글래스는 인디언 친구의 도움으로 추위를 피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고 치료를 받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 친구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그는 복수심에 불타지만 먼저 납치된 인디언 여성을 구출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절벽 아래로 떨어지게 됩니다. 매서운 한파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는 죽은 말의 시체 안으로 들어가 추위를 버텨냅니다.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서바이벌 상황은 단순히 극적인 연출이 아니라, 인간이 극한 상황에서 보여줄 수 있는 적응력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적응력이란 단순히 환경에 익숙해지는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즉각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능력을 의미합니다. 글래스는 이런 적응력을 통해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을 하나씩 돌파해 나갑니다.
영화 속에서 글래스가 겪는 고난은 실제 역사적 인물인 휴 글래스의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출처: 미국역사협회). 실제로도 그는 곰에게 습격당한 뒤 동료들에게 버림받고 수백 킬로미터를 혼자 이동하며 살아남았다고 전해집니다.
복수의 완성이 아닌 감정의 정리
글래스는 결국 피츠제럴드를 찾아내고 마지막 결투를 벌입니다. 하지만 영화의 결말은 일반적인 복수극과 다릅니다. 글래스는 피츠제럴드에게 치명상을 입히지만, 직접 그를 죽이는 대신 인디언 리족의 족장에게 그의 운명을 맡깁니다. 이 선택이 저에게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보통 이런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직접 복수를 완성하는 것이 결말이 됩니다. 하지만 글래스는 그 선택을 내려놓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장면은 복수가 해결이 아니라 어떤 감정의 끝을 정리하는 과정이라는 느낌을 줍니다. 글래스는 아들의 죽음을 복수로 해결할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 같습니다.
「레버넌트」가 제게 던진 질문은 명확했습니다. 인간은 무엇 때문에 끝까지 버티는가? 글래스는 단순히 살아남기 위해 버틴 게 아니라 명확한 이유, 즉 아들에 대한 기억과 감정을 가지고 움직였습니다. 이게 중요한 이유는, 사람이 극한 상황에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건 단순한 의지가 아니라 버틸 이유가 있을 때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상당히 극단적인 상황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과는 거리가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강하게 남는 이유는 단순한 스토리가 아니라 인간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 때문입니다. 글래스의 여정을 보면서 저는 제가 연구를 계속할 수 있었던 이유가 단순히 '해야 하니까'가 아니라 '왜 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레버넌트」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으로도 유명합니다. 그의 연기는 대사보다 표정과 몸짓으로 고통과 의지를 전달하는데, 이런 비언어적 연기를 통해 글래스라는 인물이 겪는 내면의 변화를 설득력 있게 보여줍니다. 영화는 현재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으니, 단순한 액션이나 복수극이 아닌 인간의 한계와 생존 본능에 대한 이야기를 경험하고 싶다면 꼭 한번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Fj3vfLuSUDk